최근 주거환경의 변화로 인한 생활습관과 식습관의 변화, 산업화로 인한 환경오염, 공해의 증가, 면역력 저하를 일으키는 환경적 요인 으로 인해 전세계적으로 비염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 알레르기 질환의 경우 명확한 발병 이유를 알기 힘들 뿐 아니라 이유를 파악하더라도 완치가 어렵고 콧물, 코 막힘, 소양감 등의 증상으로 인한 고통뿐 아니라 외관상 보기에도 좋지 않아 일상생활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비염과 같은 만성 질환은 유병률이 높은 반면 생명을 위협할 정도의 위중한 질환은 아나기 때문에 그동안 다른 질환에 비해 과소평가 되어왔지만, 최근에는 삶의 질을 심각하게 저해할 수 있다는 인식의 증가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를 괴롭히는 불청객 '비염'
비염(rhinitis, stuffy nose)은 코 내부의 지속적인 염증과 자극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비염은 특징에 따라 급성 비염, 위축성 비염, 만성 비염으로 나뉘며, 만성 비염은 다시 원인에 따라 비감염성과 감염성으로 나뉜다. 알레르기성 비염은 비감염성 비염에 속한다.
만성 비염
만성비염은 코 내부에서 발생한 염증이 오랜 기간 이어지는 질환을 가리킨다. 비 알레르기성 비염에 속하며 세균감염, 호르몬 이상, 코 내부구조의 이상 또는 내부 조직에서 자라나는 종양, 천식, 약물복용, 정서불안 등이 원인으로 작용한다. 주로 감기 등의 급성 비염에 대한 치료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반복적으로 발생하면 만성 비염으로 발전하게 된다. 면역력 저하나 영양상태 부족도 만성 비염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원인에 관계없이 대부분의 만성 비염 환자들은 증상의 심한 정도에만 차이가 있을 뿐 비슷한 임상적 양상을 보인다.
코막힘이 주된 증상으로 좌우가 교대로 막히며 증상의 정도도 다양하다. 그러나 심할 경우에는 양쪽 코가 모두 막혀 코로 숨을 쉬는 것이 힘들어지므로 입을 통해 호흡을 하게 되고 이는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 또한 코 점막에서 용종이 자라 숨쉬기를 방해하기도 한다. 비염 환자의 경우 입으로 숨을 쉬게 되어 비인두염, 인두염, 인후두염 같은 목 염증 질환이 발생하기도 하며, 부비동염, 중이염이 동반되기도 한다. 콧물 역시 일반적인 증상이다. 대부분 맑은 콧물이나 세균에 감염되었을 때에는 황록색 콧물(화농성 비루)가 나타난다. 비강의 분비물이 목 뒤로 흘러내리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는데,이를 후비루라고 한다. 만성 비염은 염증으로 인해 비점막 신경이 노출되면서 발작성 재채기를 일으키기도 하고 후각 소실이나 감퇴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만성비염은 코에 내시경을 삽입해 진단하며, 아토피 등 다양한 알레르기성 질환이 동반될 수 있으므로 알레르기 반응검사, 비즙 도말 검사 및 균 배양 검사 등을 함께 시행할 수 있다.
알레르기성 비염
알레르기 비염은 알레르기 항원에 대하여 면역글로불린(lgE)을 매개로 발생하는 제2형 면역 반응으로, 비강 내 염증 반응으로 인한 맑은 콧물, 심한 재채기, 코 간지러움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면역글로불린 E 항체의 균형이 무너지는 것이 원인으로, 면역글로불린 E 혹은 lgE는 포유류에서만 발견된 항체 개별형이다. IgE는 연충, 열대열원충 같은 기생충에 대한 면역 반응에 관여하며, 알레르기성 천식, 부비강염, 알레르기 비염, 음식 알레르기, 만성 두드러기와 아토피 피부염 같은 제1형 과민증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알레르기 항원이 코 점막에 닿게 되면 인체는 이에 대한 면역 반응을 시작한다. 코 점막 상피세포에서 분비되는 사이토카인같은 매개물질은 주변의 감각 신경과 혈관, 점액 분비 세포 및 염증 세포에 영향을 줌으로 알레르기 증상을 발생한다.
알레르기성 비염은 전체 성인의 20~30%, 소아에게서는 40%까지도 발생하고 있다. 알레르기성 비염은 환경적 요인과 더불어 유전적 요인도 함께 작용한다. 부모가 알레르기 질환이 있는 경우 자녀에게도 알레르기 질환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지며, 부모로부터 유전되어 알레르기 체질인 사람이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집먼지, 진드기, 꽃가루나 동물의 털과 같은 환경적 요인과 만나면 상호작용을 통해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알레르기 비염은 피부 반응 검사, 혈액 검사 등을 통해 진단한다. 피부 반응 검사는 알레르기 항원 (알레르기 유발 물질)을 피부에 소량 투여한 후 나타나는 반응을 통한 검사로 여러 가지 항원을 동시에 시행하여 원인 항원을 발견하게 된다.
혈관 운동성 비염
혈관 운동성 비염은 자율신경계의 이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만성적인 비염으로 자율성 비염(autonomic rhinitis)이라고도 하며, 알레르기 비염과는 다르다. 임신, 감염, 해부학적 이상, 약물, 내분비 이상 등 분명한 원인이 없는 비감염성, 비알레르기성 만성 비염으로 분류한다. 아직 원인과 병태생리가 불분명하나 대개 온도나 습도, 담배 연기 등 강한 자극을 받으면서 비염 증상이 나타나며 너무 높거나 낮은 체온, 습도, 부족한 공기순환 등 물리적, 환경적 요인과 더불어 스트레스, 불안 및 피로 등 심리적인 요인에 의해 증상이 악화된다. 보통은 알레르기 피부검사는 음성이거나 증상과 연관이 없는 것으로 나타난다.
호르몬성 비염
임신과 생리 기간 중 비염이 발생할 수 있다. 여성은 임신 후반기와 생리 시작 바로 직전에 내인성 프로게스테론이 급격히 상승하고, 프로게스테론은 비강 내 혈관 확장과 충혈을 일으켜 코막힘 등의 증상이 발생한다. 임신 중에는 약물 사용은 자제하는 것이 좋으며, 생리식염수 세척 등의 안전한 방법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또한 갑상선 기능 저하증, 즉 교감신경 기능이 저하되고 상대적으로 부교감신경 기능이 두드러짐에 따라 비강 혈관이 확장되어 비염 증세가 나타나기도 한다. 이런 경우 우선 갑상선 호르몬 이상을 교정해야 하며, 그 후 남아있는 비강 내의 병적 상태를 치료한다.
비염과 치료
대부분의 질환은 외부에서 오는 물리적 또는 화학적 자극에 대하여 생명체의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한 반응의 결과로 발생한다. 그러므로 질병을 유발하는 자극 원인을 밝히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이에 대한 인체의 반응을 살펴 질병을 이해하고 접근해 나가야 한다. 비염 역시 이러한 관점에서 접근하여 치료 방법을 찾아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항원회피 치료
알레르기 비염을 유발하는 항원을 피하는 방법이다. 피부 단자 검사 혹은 다중 알레르기 항원 검사(MAST)를 통해 원인이 되는 항원을 확인하여 환경 개선 등을 통해 항원들을 피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항원을 완벽하게 제거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약물 치료
알레르기 비염에 대해서는 일차적으로 약물 치료를 고려하며, 항히스타민제, 항 류코트리엔제, 스테로이드 등의 약물은 알레르기 반응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분비되는 사이토카인 등의 매개물질을 억제함으로써 증상을 완화한다. 결국 약물 치료는 단시간에 증상을 완화하는데 가장 효과적이나 일시적이라는 제한점이 있다. 경구용 항 알레르기 약물이나 분무용 약물을 통해 증상을 완하 시킨다. 코에 뿌리는 스프레이 형태의 약제와 경구용 약제로 나누어지며 환자의 증상 정도와 기간에 따라 처방한다. 약물 요법을 통해 대부분 증상이 완화되지만, 원인 알레르기 항원을 사실 완전히 제거할 수 없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약을 복용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면역 치료
알레르기 비염의 원인 항원을 완전히 제거할 수 없는 상황에서 환자의 증상이 심하고 지속적일 때 시행하며, 외부 자극에 대한 인체의 반응을 변화시키는 방법이다. 알레르기 항원을 반복적으로 노출시켜 면역관용을 유도함으로써 치료하는 방법으로 알레르기성 비염 치료에 있어서 완치를 이룰 수 있는 가장 진보된 치료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1980년대 후반 위생가설(hygiene theory)이 소개되었는데 서구화된 사회에서 자가면역질환과 알레르기 환자 수가 증가하는 현상에 대해 설명했다. 미생물이 없는 깨끗한 환경에서 자란 경우 특정 질환에 대한 개인적 감수성, 알레르기 과민성이 증가하며, 생후 초기에 정상 상재균에 노출될수록 면역학적 관용성을 얻게 되어 알레르기 질환에 대한 저항성이 증가한다고 보고하였다. 이와 같은 면역학적 기전에 근거하여 면역 치료법이 소개되어 현재 시행되고 있다.
피하면역요법과 설하면역요법이 있으며, 3~5년 이상 원인 항원을 소량으로 주사하거나 혀 밑에 떨어뜨려 알레르기 면역 반응을 약화시키는 방법으로 진행된다. 환자의 순응도와 연령, 특성에 따라 방법을 결정하며, 면역 요법을 시행한 경우 80~90%의 환자에게서 증상 개선 효과와 약물 사용 감소가 보고됐으며, 효과 역시 수년에서 수십년 지속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술요법
비염으로 인한 코막힘이나 동반되는 부비동염의 치료를 위해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 시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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