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성조숙증이 나타나는 아이가 2004년 194명에서 2010년 3686명으로 6년 새 18배나 급증했으며, 환자의 92.5% 여아라고 발표했다. 그리고 최근 통계에 따르면, 2016년 남‧여아 총 8만6352명에서 2020년 총 13만 6334명으로 5년 간 약 63% 증가했다. 성조숙증은 아이의 신체가 비정상적으로 이른 나이에 사춘기에 겪어야 할 신체적, 호르몬적 변화를 겪기 시작하는 의학적 상태를 가리킨다. 성조숙증이 아이들의 정상적 성장에 여러가지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비만과 음식, 그리고 환경호르몬과의 연관성이 주목을 받고 있다.
성조숙증의 증상
사춘기는 일반적으로 청소년기 동안 발생하는 성적 성숙과 성장의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2차 성징은 보통 여아의 경우 8~13세, 남아의 경우 9~14세에 시작된다. 아이가 사춘기를 시작하는 시기는 최소 3분의 2 이상은 유전적인 요인이다.
그러나 성조숙증이 나타나는 경우, 여아의 경우 8세 이전, 남아의 경우 9세 이전에 이러한 2차 성징이 나타나게 된다.
정상적인 2차 성징의 시기 및 변화
여아의 경우, 가장 먼저 나타나는 증상은 유방 발달로 만 10세 이후 나타난다. 만 11세 이후에는 음모 및 겨드랑이 털이 나며, 키와 몸무게가 급격히 늘어나며, 보통 만 12세 이후 월경이 시작된다.
남아의 경우 가장 먼저 만 11세 이후에 고환과 음경이 커지고, 만 13세 이후 음모 및 겨드랑이 털이 자란다.
성조숙증의 증상
사춘기 조숙증에는 시상하부-뇌하수체-생식선으로 이어지는 호르몬 분비 축이 너무 일찍 작동하여 오는 중추성 성조숙증과 생식선자극호르몬의 자극 없이 난소나 부신의 이상으로 나타나는 말초성 성조숙증이 있다.
성조숙증을 의심해봐야 하는 가장 큰 징후는 2차 성징의 조기 발달로 여아의 유방 발달, 남아의 얼굴 털과 체모의 성장, 성인 체취 등이다.
남아의 경우 만 9세 이전에 급격한 성장(1년에 7~8cm)으로 또래보다 키가 크고, 어깨가 넓어지고 근육이 발달한다. 음모가 자라고 고환의 크기와 음경이 커지고 색이 짙어지며, 울대뼈가 나오고 변성기가 시작된다. 또한 머리에서 냄새가 나거나 과체중, 비만이며, 사정을 하기도 하며, 여드름이 난다.
여아의 경우 만 8세 이전에 가슴에 몽우리가 잡히고 유두가 커지는 등 유방 발달이 나타나고, 분비물이 나오며 초경이 시작된다. 엉덩이가 커지고 허리가 가늘어지는 등 체형이 여성적으로 변화하고, 음모나 겨드랑이 털이 나기 시작한다. 과체중, 비만이고 여드름이 나며, 머리 냄새가 나고 심리적으로 예민해지는 등 변화가 보인다.
불완전한 성 조숙증(incomplete)
유방 발육 개시(thelarche)나 성증발생(adrenarche), 이른 초경(menarche) 중 하나의 특징만이 보이는 경우로, 대부분은 임시적인 호르몬 수치 증가로 인해 발생하게 된다.
완전한 성 조숙증(complete)
유방발육, 성증발생, 이른 초경 등 2차 성징의 징후가 모두가 보이는 경우로, 뇌하수체에서 성선자극호르몬의 분비 증가가 조기에 활성화되어 일어난다.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성선자극호르몬의 농도가 높아 성선호르몬(에스트로겐, 테스토스테론)의 분비를 자극하여 사춘기의 발달이 진행되며 키가 급성장하며 뼈 나이가 실제 나이보다 많아지게 된다. 성장판이 조기에 융합되어 저신장(short stature)이 발생하기에 빠른 시일 내에 진단하고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성조숙증과 소아비만
성조숙증은 호르몬 불균형, 뇌 손상, 종양, 유전적 요인, 특정 의학적 상태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성조숙증의 주된 원인은 영양과다로 인한 비만이다. 고열량, 고지방식사 등 식습관이 서구화되면서 증가한 소아비만이 성조숙증 발달에 연관성이 높은 중요한 원인으로 밝혀지고 있다.
소아 비만은 4세에서 11세 사이에 시작된 비만으로 전세계적으로 소아에게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영양장애이다. 소아비만의 의학적 진단 기준은 신장별 표준 체중보다 20% 이상 높을 경우이며, 체중만 많이 나가는 것이 아니라 지방조직 세포의 수가 증가하거나 크키가 커져 피하층과 체조직에 과도한 양의 지방이 축적된다. 따라서 성인비만과 달리 지방조직 세포의 수가 증가해 체중 조절이 어렵고 쉽게 재발하며, 매년 그 빈도가 전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비만으로 인해 체지방률이 높아지면 성호르몬 분비 시기가 빨라지고, 성장호르몬에 대한 호르몬 내성이 증가해 성장호르몬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 소아비만의 90% 이상이 성조숙증으로 이어진다고 알려있는데, 이는 체지방이 여성호르몬 분비를 늘리기 때문이다.
지방세포에서 분비되는 렙틴(leptin)은 지방세포에서 분비하는 아디포카인의 일종으로 식욕억제호르몬으로도 알려져있다. 렙틴은 사춘기의 시작인 GnRH의 파동성 분비를 위한 세포 성숙을 유도하는 요인이고, 지방이 충분히 저장되어 임계 렙틴 농도를 유지할 때 신경내분계의 성숙 발달이 일어난다. 그리고 GnRH의 파동성 분비의 대사적 연료 가용성 신호로 작용하여 사춘기 발달은 지방과 근육으로부터의 렙틴 피드백에 달려있다. 즉, 일정량 이상의 렙틴은 지방세포의 발달을 의미하며, 이는 시상하부, 뇌하수체, 생식샘 축의 활성화의 시그널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렙틴은 비만할 경우, 혈중 농도가 증가되며, 시상하부, 뇌하수체에 직접 작용하여 성선 자극 호르몬(GnRH : Gonadotrophin releasing hormone)과 성호르몬 분비를 자극하므로, 체중뿐 만 아니라 체지방량을 확인하는 것 중요하다.
반대로 영양 실조인 아이들의 경우에 2차 성징이 늦어지는 '사춘기 지연증'이 발생한다. 20세기 초반과 중반의 여성 초경이 시작되는 연령에 많은 차이를 보이는데 학계에서는 영양실조가 사라져서라고 추측하고 있다.
성조숙증과 환경호르몬
또 다른 중요한 원인은 아이들이 환경호르몬에 자주 노출되는 것이다.
인간의 생물학적 발달은 다양한 요인에 의해 조절되는데, 그 중에서도 환경호르몬이라 불리는 내분비교란물질 중 일부는 아이들의 사춘기 발달이 정상보다 빠르게 나타나는 성조숙증을 유발하는 원인이 되고 있어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그에 따른 연구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세포 내에서 에스트로겐 리셉터와 결합하는 일부 환경호르몬은 환경에서 발견되는 화학물질로 성호르몬과 유사한 작용을 하며, 아이들의 내분비계를 교란시켜 성호르몬 분비를 촉진시킴으로 조기 초경과 성조숙증을 야기한다. 또 음경을 작게 만들거나 자궁기형을 유발하는 등 생식기관을 변형시키고, 불임을 유발하며, 자궁근종·생리불순·유방 질환 등 여성 질환을 가져온다.
이러한 환경호르몬은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화장품, 플라스틱, 식품 포장재, 세재, 캔, 일회용 용기, 방향제, 향수. 샴푸 등 다양한 곳에서 발견된다. 특히 플라스틱용기나 비닐랩등에 뜨거운 액체를 담으면 녹아드는 양도 늘어날 수 있다.
최근 플라스틱에 함유된 비스페놀A(BPA)란 화학물질이 인체에 해로운 것으로 알려지며 외국에선 대형 유통업체들이 해당 제품을 매장에서 철수하고 있다. 소비자들도 플라스틱 젖병을 유리병으로 교체하고, 플라스틱 제품을 버리고 있다.
BPA는 젖병과 물병 외에 가전제품·자동차용품·CD·선글라스·헬멧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되며, 젖병과 통조림 내부 코팅물질, 장난감에도 BPA가 있다. 미 보건부 산하 국립독성학프로그램(NTP)은 동물 실험 결과 BPA가 유방암·전립선암 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고, 특히 태아와 유아·어린이의 신경계에 작용해 행동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하였다.
성조숙증을 유발하는 내분비교란물질은 비스페놀 A 외에도 노니페, 프탈레이트, DDT, 다이옥신 등 수많은 물질들이 있다.
성조숙증의 다른 원인들
식습관과 음식
1970년대 말 이탈리아와 푸에르토리코에서 성조숙증이 집단으로 나타났다. 1976년부터 8년간 ‘가슴이 지나치게 일찍 발달한’ 여자어린이가 482명이나 발견되었는데, 그중 60%는 만 2세 이전에 이미 2차 성징이 나타났다. 당시 그 지역 의사들은 그곳에서 생산되는 소고기와 닭고기, 우유에 원인이 있다고 보고 해당 음식 섭취를 금하였고, 그 결과 2~6개월 이내에 증상이 사라졌다. 특히 아이들이 인스턴트식품이나 지방이 많은 음식을 자주 섭취하는 것도 성조숙증의 커다란 요인으로 밝혀지고 있다.
육류, 고지방 식품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성호르몬 농도에 영향을 주어 성적 성숙이나 초경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
콩류에 함유된 이소플라본(isoflavone)이 성호르몬 수치 증가시켜 성조숙증을 야기할 수 있다고 제기되기도 한다. 이에 대해 8~14세 소녀들을 대상으로 8주간 매일 콩류 섭취시킨 후, 매주 성호르몬 수치를 비교한 연구의 결과에 따르면 콩류 섭취 여부보다는 테너 단계(Tanner stage : 아동, 사춘기 성장 발달 정도를 가늠하는 척도) 발달이 빠를수록 성호르몬 수치가 높다고 보고되었다. 따라서, 이에 대해서는 연구가 더 필요한 상태이며 현재까지는 콩류 섭취가 여아들의 성호르몬 증가에 영향을 준다고 확언할 수는 없다.
TV와 인터넷을 통한 정신적인 자극과 학업 스트레스 등도 주요 원인으로 제기된다. 성적 자극을 자주 받으면 뇌신경을 자극해 호르몬 분비에 영향을 준다고 한다. 특히 과다한 자극을 주는 정보매체와의 접촉도 중요한 원인이다. 아이가 어릴수록 정보매체의 자극 정보를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이 미비한데, 과다한 자극이 지속적으로 주어지면 뇌신경이 망가진다. 이때 호르몬 분비를 조절하는 뇌가 그 기능을 제어하지 못하면 성조숙증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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