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왜 채식을 하십니까_02

사람들이 채식을 결심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전통적으로는 사회 혹은 가정의 선호도, 또는 종교적 신념이 주요 요인이었지만 현대사회에서는 건강과 환경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며 채식을 옹호하고 실천하는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비만과 여러 성인병 등이 급증하는 오늘날 채식은 건강한 식습관으로 각광받고 있지만, 그에 따른 우려와 문제점 역시 제기되고 있다.

 

채식주의,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행해져야 할 식습관이다.

 

채식주의의 유형

채식주의는 이를 엄격하게 지킬 것인지 혹은 유동적으로 지킬 것인지, 동물성 식품의 범주를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 식사 이외에도 동물성 음식을 원척적으로 거부할 것인지에 따라 여러 가지로 나뉘다. 채식인 또는 채식주의자의 유형은 다음과 같이 7가지로 나눌 수 있다.

베지테리안 Vegetarian

1. 비건(Vega): 완전채식인. 가장 적극적인 의미의 채식주의자로서 어떤 목적으로도 동물을 먹거나 학대하거나 오용하는 것을 반대한다. 이들은 육식은 물론 유제품과 계란과 같은 동물의 알, 꿀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동물성 음식을 먹지 않는다. 생산 과정에서의 살생 여부와 상관없이 동물성 식품은 모두 거부하며, 인간이 실천할 수 있는 채식주의의 극한이라고 볼 수 있다. 이들 가죽제품, 양모, 오리털, 동물 화학 실험을 하는 제품 등도 사용하지 않는다. 또한 젤라틴 등 동물성 첨가제나 동물성 색소가 사용된 음식들도 거부하기 때문에 가공식품 상당수를 허용하지 않는다. 

2. 락토 베지테리안(Lacto Vegetarian): 비건의 허용 품목에서 유제품만 추가로 허용한다. 힌두교와 불교에서 일반적으로 일컫는 채식주의가 락토베지테리안이다. 

3. 오보 베지테리안(Ovo Vegetarian): 계란 등 동물의 알은 먹는다. 닭은 수정 없이도 무정란을 낳기 때문에 살생이라 할 수 없다고 말한다. 

4. 락토 오보 베지테리안(Lacto-ovo Vegetarian): 유제품과 동물의 알은 먹는다. 주로 동양에서 종교를 이유로 채식하는 이들이 많으며, 채식주의자 중 가장 많은 수가 여기에 속한다. 이들은 우유와 치즈 같은 유제품은 동물을 살생하여 얻는 것이 아니며, 인도의 힌두교에서는 숭배하는 소에서 얻는 우유와 유제품은 오히려 성스럽고 몸에 좋은 것으로 간주하기도 한다. 

세미베지테리안 Semi-vegetarian

세미베지테리안은 준채식주의자 또는 반채식주의자이다. 보통 육식을 하던 사람들이 비건으로 이행하는 중간 단계이다. 

5. 페스코 베지테리안(Pesco-vegetarian) : 어류 등 수산물을 허용하여 유제품, 동물의 알, 동물성 해산물까지는 먹는다. 패스키테리어니즘( pescetarianism), 페스카테리어니즘(pescatarianism)이라고도 불린다. 이들은 주로 소, 돼지와 같은 대형 가축의 대량사육으로 발생하는 메탄가스가 지구 온난화의 원인 중 하나이며, 이에 따른 환경오염을 예방하고자 하는 동기를 가진 경우가 많다. 육식을 완전히 중단하는 것이 아니어서 진입장벽이 낮으나, 일부에서는 채식으로 인정하지 않기도 한다.  

6. 폴로 베지테리안(Pollo-vegetarian) : 유제품, 동물의 알, 동물성 해산물, 조류의 고기까지는 먹는다.

7. 플렉시테리안(Flexitarian) : 평소에는 비건(vegan), 상황에 따라 육식을 하기도 한다. 기본적으로 채식주의를 지향하지만 유동적으로 사정에 따라 육식을 조금 더하여 이행하며, 채식지향주의나 육식지양주의자라고 불리기도 한다. 보통 채식주의 입문의 단계이며, 채식주의자들도 불완전한 채식주의자일지라도 채식주의 문화의 확산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입장이다.

그리고 식물 중에서 과일 등 자연이 스스로 주는 것만 먹는 프루테리안(Fruitarian, 열매주의자)도 있다. 이들은 과일과 견과류의 열매와 씨앗 등 식물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부분만 먹으며, 심지어는 감자와 시금치 등도 먹지 않고 다 익어서 땅에 스스로 떨어진 열매만 먹는 경우도 있다. 

 

채식주의, 문제는 없을까

채식주의에 관한 논란은 대체로 육식과 축산업에 대한 왜곡된 주장과 채식주의를 강제하려고 하는 움직임, 또는 육식하는 사람들을 비윤리적으로 몰아가는 극단적 행동주의에 대한 것이다. 그리고 채식주의로 발생할 수 있는 영양학적 문제이다. 채식주의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인간은 잡식동물이다. 인류는 육류를 통해서 뇌를 키웠으며, 농경과 상업이 발달하며 채식이 가능해졌으나, 사실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영양소의 양과 비율은 잡식에 맞춰져 있다. 건강한 삶을 위해서는 세심한 영양학적 주의와 관심이 필요하다. 실제로 채식주의가 널리 퍼진 미국에서는 채식으로 인한 여러 가지 문제적 현상들이 보고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채식 역시 편식으로 건강한 식단이라고 말할 수 없고, 채식주의자들은 동물성 식품 섭취가 주는 이익을 인정하지 않는다며 비판한다.

잘못된 방향의 채식을 할 경우 건강상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채식으로도 단백질과 지방, 필수 아미노산을 섭취할 수 있지만 사실 일일권장량을 채우는 것은 어렵다. 잘못된 채식은 영양 결핍으로 이어질 수 있고 특히 비타민 B12, 칼슘, 철분, 아이오딘, 단백질 등의 영향소 부족으로 인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유명 유투버인 로바나의 사례이다. 6여 년 동안 비건으로서 살았지만 2017년경 월경 중단, 빈혈, 호르몬 수치가 폐경 직전의 여성과 비슷한 수치만큼 하락했으며, 칸디다증으로 인한 소장 내 박테리어 과증식증후군(SIBO)으로 인해 소화기관에 심각한 문제가 생겼고, 결국 의사의 권유에 따라 달걀과 생선을 섭취해야 했다. 그리고 유명 비건 인플루언서였던 잔나 삼소노바도 채소와 생과일만 섭취하는 극단적 비건 식단을 고수하다가 결국 건강이 심각하게 나빠져 숨졌다. 그리고 과일, 채소, 곡물 중심의 식단은 과다한 섬유질 섭취로 인한 소화 장애를 일으킬 수 있고, 과도한 탄수화물 섭취로 오히려 체증 증가와 당뇨병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성장기 아동들이 육류를 섭취하지 않는 상태에서 유제품까지 먹지 않으면 영양 불균형으로 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급격히 성장하는 아동청소년기에 충분한 열량이 공급되지 않을 경우, 단백질이 성장 또는 새로운 세포를 만드는데 사용되지 못하고 이는 성장과 뇌기증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임산부의 경우, 섭취한 열량과 영양소가 태아의 신체 구성, 발달, 성장 및 태아의 출산 후 건강과 성장, 두뇌 발달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영양할적으로 균형있는 식습관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채식주의자 임산부는 비채식주의자 임산부보다 철분과 비타민 B12 부족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노인의 경우, 노화로 인해 대부분의 영양소가 잘 흡수되지 않는 문제가 있어 채식을 할 경우 영양소 흡수율은 더욱 떨어지게 되어 건강 악화로 이어질 수있다. 

최근 유튜브, SNS등을 통해 채식주의에 대해 널리 퍼져있는 잘못된 정보와 정보의 재생산을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의사, 영양학자, 전문가들을 초빙하여 만들어졌던 한 다큐멘터리는 채식주의자들의 찬사를 받았으나, 이후 여러 의료진, 타임지, 인디펜던트지 등에서 수많은 오류들을 지적하기도 했다. 많은 영양학자들은 일부 채식주의자들이 주장하는 것과는 달리, 육류는 각종 질병의 원인이 아니며, 잡식은 영양과잉이라 할 수 없고, 비만의 주요 원인은 육류 섭취가 아니다라며 많은 근거를 제시하기도 한다. 실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1998년에서 2008년까지 사례를 분석한 결과,  식품 종류별 식중독 사례가 가장 빈번히 발생한 것은 23%를 차지한 녹색 잎채소로 밝혀지기도 했다.  

채식주의는 모든 사람에게 적합한 식사법은 아니다. 특히 성장기의 아이들, 청소년, 임산부, 노인, 스포츠 선수 등은 풍부한 영양소 섭취가 필요함으로 더욱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결국 어느 하나에 편중되는 것 보다는 서로 균형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채식을 하면서 육식을 통해 열량 단백질, 무기질, 비타민 등을 충분히 공급받는다면 채식만으로는 부족해지기 쉬운 영양소를 상호 보완할 수 있다. 따라서 채식주의를 시작하려는 경우 전문가의 상담을 통해서 개인의 신체적 상태나 건강 상태에 따라 자신에게 맞는 채식주의 방법과 식습관을 설정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