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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I F E/건 강 백 과 사 전

MSG는 억울하다_MSG에 대한 오해와 진실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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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커피에 함유되어 있는 카제인나트륨이 독극물처럼 취급된 적이 있었다. 카제인나트륨은 우유에 함유되어 있는 성분으로 이 논리대로라면 우유는 매우 유해한 식품이 되는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이 상황은 한 커피회사가 경쟁사를 이기기 위해  사용한 '우리 커피에는 카제인나트륨이 들어있지 않습니다.'라는 광고문구에서 시작되었다. 이후 한국식품안전연구원이 카제인나트륨은 인체해 무해하다고 발표하면서 이 웃지 못할 해프닝은 일단락이 되었다.

오랫동안 독극물처럼 취급되어진 MSG의 상황도 이와 유사하다. 일본의 한 교수가 해초에서 추출한 이 식품첨가물은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우리 식탁 위 음식의 간을 맞춰왔지만, 21세기인 현재까지도 가장 큰 오해를 받고 있으며, 항상 논란의 중심에 있는 성분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MSG는 금기사항이었다. 그러나 여러 연구 기관과 많은 요식업, 전문 셰프 등은 100년도 더 된 조미료인 MSG의 오명을 벗기기 위해 노력해 왔다. 대표적인 예로 최근 CNN 뉴스를 통해서 뉴욕의 한 유명 레스토랑의 세프(2023년 Forbes 30세 미만 최고의 셰프 30인에 선정)는 MSG를 사용하고 있음을 공개적으로 인정하였다. 

 

음식에 사용되는 수 많은 양념, 조미료들 중에 MSG만큼 논란을 불러 일으키는 것이 있었을까. 억울한 MSG의 오해를 풀어보자.

 

Monosodium L-glutamate, MSG란

글루탐산나트륨 또는 L-글루탐산나트륨은 Mono + Sodium + Glutamate, 즉, 글루탐산에 나트륨 이온이 하나 붙은 것이다. (한국 대다수의 언론 등에서는 글루타민산나트륨으로 포기하는데 글루타민과 글루탐산은 전혀 다른 화학물질이기 때문에 글루탐산나트륨이 정확한 용어이다.) 아미노산계 조미료로 무색-백색의 주상결정 또는 백색의 결정성분말로써 냄새는 없으나 감칠맛이라고 불리는 특이한 맛을 가지고 있다. 물에 잘 녹고 빛이나 열에 안정한 물질이다. 생물 내에 존재하는 단백질을 이루는 20가지의 아미노산 중 하나인 글루탐산의 카르복실기에 나트륨을 붙인 것으로,  L-글루탐산나트륨의 역치는 0.014~0.03%으로 설탕의 0.5%와 비교해도 맛 향상능력이 우수하다. 다시 말하면 소금이나 설탕같은 조미료에 비해 적은 양으로도 맛을 좋게 할 수 있다.

 

MSG는 화학조미료이라고 불리지만 실제로는 사카린 ,아스파탐 등과 달리 화학적으로 합성, 변형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미생물이나 동식물로부터 추출하는 것이다. 화학적으로 합성해서 만든 것이 아니지만 화학이란 학문을 통해서 연구되어 발견된 조미료이기 때문에 화학조미료가 부르는 것이다. 사람들은 흔히 '화학'이라고 하면 무엇인가 인공적인 것, 실험실에서 유해한 물질들을 합성하는 것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화학은 그저 물질의 조성과 변화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그리고 MSG는 어떤 화학 물질을 이용, 합성하는 것이 아니라, 사탕수수, 옥수수, 카사바 등 자연에서 추출한 당밀이나 설탕을 발효조에 넣고 발효 미생물을 투입하면 이 미생물이 포도당을 소비하여 글루타민산을 방출한여  MSG를 포함한 용액을 만들어진다. 이 용액을 탈색 및 여과를 통해 순수한 MSG 용액을 추출하고 증발의 과정을 통해 결정화시켜 이 결정이 건조되면 최종적으로 MSG가 만들어진다. 

 

다섯 번째 맛, 감칠맛

감칠맛은 인간의 혀가 느낄 수 있는 기존의 4대 미각인 단맛, 짠맛, 쓴맛, 신맛에 이어 새롭게 발견된 5번째 미각이다. 대개 글루탐산이 내는 맛으로 MSG가 발견되면서 감칠맛이 특정되었다. 단백질은 분자량이 커서 맛을 느낄 수 없고, 소량 존재하는 아미노산 형태만 맛으로 느낄 수 있다. 글루탐산은 우리의 미각 수용체를 활성화시켜 감칠맛으로 알려진 맛있고 고소한 맛을 이끌어 낸다. 그렇기에 MSG를 사용하면 고기를 사용하는 것보다 200배 강한 감칠맛을 느낄 수 있고, 현재까지 이 세상에서 글루탐산( Glutamic acid)을 능가하는 감칠맛 물질은 없다고 할 수 있다. 

실제 의학계에서는 미각이 둔해진 노인들이나 입맛을 잃은 환자들에게 MSG를 치료제로 사용하고 있다. 한 연구진은 식용 부진과 체중 감소를 겪고 있는 노인 환자들에게서 감칠맛을 느끼는 능력이 손상되어 있는 사실을 확안했다. 그들에게 감칠맛을 자극하는 다시마차를 마시게 하자 감칠맛 감각 능력이 향상되면서 식욕이 되살아났고 이는 전반적인 건강 상태가 양호해지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발표했다. 감칠맛에 대한 감각을 살려주는 것이 노년층 건강 유지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또한 산모의 인체에서 생성되는 모유에는 미각이 제대로 발달하지 않는 신생아를 위해 글루탐산 성품이 들어 있다. 

MSG는 다양하게 사용되는 식품첨가물로서 국물, 절입 요리, 그 외 각종 요리에 널리 사용되며, 조미료 외에 죽순, 복숭아, 버섯, 통조림 등에 첨가되어 내용물의 백탁방지, 형태 변화 방지 및 향, 색, 맛, 선도 유지 및 외관을 유지하는 효과가 있으며, 특히 냉동 어육의 선도 유지에 효과적이다. 신맛과 쓴맛을 완화시키고 단맛에 감칠맛을 부가하여 자연적으로 가진 식품의 풍미를 끌어낸다. 

 

MSG의 시작

1907년 다시마 국물의 풍미를 연구하던 일본의 화학자 이케다 기쿠나에 의해 처음 발견되었다. 그는 엄청난 양의 다시마를 끓여서 글루타메이트라는 물질을 추출하였고, 이 물질이 다시마 국물과 같은 특정 음식에 오래 지속되는 풍미를 제공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그 맛을 '감칠맛'이라고 명명하였고,  감칠맛의 핵심성분이 글루탐산임을 확인한 후 이 글루탐산을 대량생산하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그 물질을 MSG로 분해하여 결정화된 물질로 정제하여 소금이나 설탕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발효를 이용한 아미노산(글루탐산)이 생산되기 시작했다. 1년 후 사업가 스즈키 사부로스케는 MSG 특허의 공동 지분을 취득하고 이케다와 함께 조미료를 제조하기 위해 아지노모토라는 회사를 설립하였고, 1909년부터 일본을 시작으로 판매되기 시작하였다. 대만과 한국에서는 1910년, 중국에서는 1917년 판매가 시작 되었고, 이후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그러나 당시 MSG는 고가의 식품첨가물로서 대중화가 되지는 못했으며, 현대의 발효법은 1953년에 이르러서야 파일럿 규모로 생산을 시작하였고, 1957년부터 대량 생산 체제에 들어감으로서 일반인들도 쉽게 구입하여 사용할 수 있을 만큼 가격이 저렴해지게 되었다. 

 

인류가 소금을 발견하고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약 5,000년 전 부터이고, 꿀이나 설탕은 4,000여 전부터, 식초는 3,500여 전부터 사용되었다. 그러나 맛있는 음식 속의 어떤 특이한 맛이 글루탐산임을 밝혀내기까지는 수 천년이 걸린 것이다. 

MGS는 발효조미료이다. 발효는 음식을 보존하고 맛을 향상시키는 방법으로 수세기 동안 인간에 의해 사용되어 왔다. MSG는 사탕수수와 같은 공급 원료를 식품으로 바꾸는 미생물을 사용하여 현대적 발효법을 통해 만들어진다. 그리고 추출, 증발, 결정화, 건조의 이 모든 공정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적으며 그 부산물은 사탕수수와 같은 작물의 생산량 증가 등에 도움이 되는 비료 형태로 토양에 되돌려져 오히려 선순환을 형성한다.

 

MSG를 세계적인 맛으로 만든 것은 공교롭게도 전쟁이었다. 제 2차 세계대전 때 점령군으로 일본에 주둔해 있던 미군들이 본국으로 돌아가서도 일본에서 맛 들인 MSG를 잊지 못해 그 맛을 전하는 역할을 했다고 한다. 미군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군 배급식량이 식욕을 돋운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MSG 사용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1948년과 1958년 시카고에서 최초로 MSG 심포지엄을 열어 MSG를 활용해 어떻게 더 맛있는 야전 배급을 만들고 병사들의 사기를 높일 수 있는지 논의하기도 하였다. ( Quartermaster Food Institute, Chicago) 1948년 미국 식품회사들이 시카고에 모여 MSG를 시음하였고, 그들은 MSG가 음식의 맛을 돋울 뿐 아니라 신 맛과 쓴 맛을 줄여주고 그 맛있는 감칠맛이 오래 남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MSG를 상품화 하기로 결정하였다.

1950년대에는 국제 수준의 식품첨가물 안정성 평가를 위한 JECFA가 설립되었고, 각국에서는 식품 첨가물 사용에 대한 규정을 세웠다. 당시 MSG는 안전하게 사용된 역사와 첨가된 MSG로부터 섭취하는 글루탐산의 양이 식품을 통해서 섭취되는 양보다 적다는 사실 등으로 인해 GRAS(먹어도 안전한 식품첨가물)로 분류되었다. 

 

 

( MSG는 억울하다_MSG에 대한 오해와 진실 02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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